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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본인이 요청" 군대로 떠난 '잊힌 유망주'

'잊힌 유망주' 왼손 투수 정구범(24·NC 다이노스)이 군대로 향했다.정구범은 지난 8일 조용히 현역 입대(논산 육군훈련소 훈련 뒤 자대배치)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상무(국군체육부대)에 가려면 (지원할 수 있는 날짜를) 기다려야 하지 않나. (현역으로 입대한 건) 빠르게 군대(병역)를 해결하고 그다음을 준비하고 싶다는 선수 본인의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덕수고를 졸업한 정구범은 2020년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 3승 평균자책점 0.90을 기록, 서울권 팀들의 1차 지명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유급을 이유로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돼 2차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NC 유니폼을 입었다. 이동욱 당시 NC 감독은 "청소년 대표를 했던 2학년 때 투구하는 걸 봤을 때 훌륭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공을 넣고 빼는 게 가능하고 가지고 놀더라"라며 기대를 내비쳤다. NC 스카우트 파트에선 "직구 이외에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질 수 있다"고 호평했다. NC에 입단한 뒤 정구범의 성장 속도는 더뎠다. 몸 상태가 문제였다. 고등학교 때 경기를 워낙 많이 뛰어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다. 체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구단 판단하에 한동안 손에서 공을 놓기도 했다. 2020년 4경기 등판에 그친 정구범은 이듬해 8월 구단의 허락을 받고 미국 캔자스시티로 떠났다. 가족이 머무는 곳에서 4개월 정도 개인 훈련을 하며 17㎏을 증량한 사진을 개인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웨이트트레이닝과 보강 및 기술훈련을 병행하며 캔자스시티에서 2022시즌을 준비했다. 하지만 백약이 무효했다. 2022시즌 1군에 데뷔해 2경기 등판, 지난해에는 4경기만 소화했다. 1군 통산 성적은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8.36. 2군 성적(통산 7승 3패 5홀드 평균자책점 4.79)도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팀 내 투구 최고 유망주로 높은 기대를 받지만, 그에 걸맞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정구범의 선택은 군대였다. 국제대회 출전에 따른 병역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터라 현역 입대가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임선남 단장은 "내년 하반기 복귀해 그다음 시즌부터 잘해보겠다는 본인의 생각이 있는 거 같다"며 "아쉬움이 있지만 시간을 애매하게 보내는 것보다 병역을 해결한 뒤 새로 출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격려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4.01.14 10:23
배구

[IS 시선] 최하위팀 특혜, 1년 만에 손질, 뒤따르는 우려···또 바꾸실건가요?

한국배구연맹(KOVO)이 명확한 기준이나 설명 없이 최하위 팀에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규정을 변경, 논란이 예상된다. KOVO는 지난 8일 이번 시즌 처음 도입한 아시아쿼터 운영과 관련해 추가 결정안을 발표했다. 아시아쿼터는 다양한 국적의 선수 출전을 통한 흥미 유발은 물론 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 2023~24시즌부터 팀 당 아시아 국가 선수 1명이 뛸 수 있도록 도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안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방식 변화다. 지난 4월 처음 열린 아시아쿼터 드래프트는 7개 팀이 같은 수의 구슬을 넣고 동일 확률 추첨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8일 변경된 사항에 따르면 다가오는 2024 드래프트에서 남자부는 현행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여자부는 하위 팀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선택했다. 직전 시즌 하위 3개 팀이 역순으로 구슬 30개(7위)-25개(6위)-20개(5위)를 추첨기에 넣어 지명 순서를 먼저 배정받고, 그 이후 상위 4개 팀이 구슬 20개씩 넣는 추첨을 통해 남은 순번을 가져가는 구조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과연 옳은 결정인지 의문이다. 여자부 드래프트 방식의 변화는 하위팀에 어드밴티지를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연맹과 구단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페퍼저축은행의 성적이 너무 처져 리그 흥행에 끼치는 악영향 등을 우려, 여자부 구단들이 의견을 모아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창단 3년 차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14연패 부진 속에 3년 연속 최하위가 유력하다. 박정아 등 FA(자유계약선수) 4명과 계약하며 거액을 투자했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까지 영입했지만 승점 7을 얻는 데 그친다. 비시즌에는 감독과 보상 선수 이고은의 이적 등을 놓고 잡음이 일었다. 지난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엠제이 필립스를 선발했던 페퍼저축은행으로선 이 드래프트 변화를 통해 다음 시즌 최소 3순위 이내 지명권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기존 드래프트 방식은 '형평성'에 무게를 뒀지만 이마저도 무효화가 됐다. A 관계자는 "신인 드래프트,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전년도 성적 역순에 따른 확률 추첨 방식으로 진행한다. 아시아쿼터까지 이렇게 하면 하위팀에 지나친 혜택을 몰아준다는 우려 속에 동일 확률 추첨을 결정했다. 그런데 아시아쿼터마저 결국 여자부만 하위팀에 유리하게 바뀌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더군다나 "특정팀 성적이 안 좋아서"라는 이유라면 여자부 전력 평준화가 이뤄져 하위 팀에 주어진 어드밴티지에 불만이 제기되면, 언제든 동일 확률 추첨으로 회귀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이처럼 규정이 손바닥 뒤집듯 자주 바뀌어선 안 된다. 이번 추가 결정사안에 담긴 아시아쿼터 남자부 1년 차 연봉은 10만 달러로 현행 유지하면서, 여자부만 12만 달러로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달 주요 안건을 처리한 정기 이사회서 최종 결정을 내지 않고 지난 8일 임시 단장 간담회에서 이 부분(아시아쿼터 연봉 및 드래프트 변경)만 결정한 것도 남녀부 차이를 두는 것에 대한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A 관계자는 "특정 구단이 제대로 팀 운영을 하지 못하는 것을 나머지 구단이 짊어지는 꼴"이라며 "훗날 몇 년간 고꾸라진 팀이 어떠한 지원이나 제도 변경을 요구하면 그때도 들어줄 것인가. 나쁜 선례를 남긴 셈"이다고 꼬집었다.B 관계자는 "이런 식이라면 (올해 성적이 좋지 않을 때) 다음 시즌 드래프트 상위 지명 순위를 노리고 고의 패배하는 탱킹을 시도하는 구단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연맹 관계자는 아시아쿼터 여자부 드래프트 방식 변화에 대해 "(팀 성적 격차가 크지 않은) 리그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나머지 6개 구단 단장이 양보했다"라고 밝혔다. C 관계자는 "연맹은 '단장님들끼리 합의하면 우리는 언제든 들어줄 마음이 있다'는 식"이라면서 "지난 2019년 한국전력이 샐러리캡 최소 소진율 위반으로 제재금 3억2500만원을 부과받았을 때도 각 구단 단장은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 면제시켜줬다. 구단 고위관계자들이 '서로 좋은 게 좋지'라는 연대 의식을 갖는 데 연맹이 전혀 제동을 걸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건강한 발전의 모양새는 아니다. 이형석 기자 2024.01.10 11:22
프로야구

[IS 포커스] KBO리그 샐러리캡, 무력화 움직임

올해 처음으로 시행 중인 KBO리그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본지 취재 결과, 프로야구 몇몇 구단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 샐러리캡을 폐지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단장 회의)나 이사회(사장 회의) 정식 안건으로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향후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특정 구단이 폐지를 주장하며 물밑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확인됐다.KBO리그 샐러리캡은 전력 상향 평준화 등을 이유로 올 시즌 도입됐다. 2021년과 2022년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각 구단 연봉(연봉, 옵션 실지급액, 자유계약선수 연평균 계약금 포함) 상위 40명 금액을 합산한 연평균 금액의 120%를 기준점으로 잡았는데 이 금액이 총 114억2638만원이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하드캡이 아닌 상한선 초과 시 제재를 받는 소프트캡이다. 초과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 징계가 내려진다. 올해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모두 샐러리캡을 초과하지 않았다.문제는 내년이다. 제도 시행 첫 시즌에는 어느 정도 '맞춤 전략'이 가능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대형 계약을 하더라도 매년 지급 금액을 달리해 샐러리캡에 대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는 여러 돌발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성적에 따른 연봉 인상과 오프시즌 FA 영입 등이 맞물리면 기존에 짜놓은 틀이 깨질 수 있다. 특히 복수의 대형 FA를 영입하면 선수단 연봉이 샐러리캡이 근접할 수밖에 없다. 한 야구 관계자는 "이미 지난겨울 샐러리캡을 넘어서지 않더라도 기준 금액에 다가선 구단이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샐러리캡 폐지는 원만한 합의가 불가능하다. 제도의 불합리성을 얘기하는 구단이 있지만 "규정대로 하자"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2~3년 준비한 제도를 1년 만에 없애면 꼼꼼하게 준비한 몇몇 구단만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을 두고 팬들의 공감대도 얻기 어렵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는 구단이라면 특히 '제도 폐지'를 찬성할 이유가 없다.한 구단 관계자는 "KBO가 여러 취지로 제도를 시작했는데 1년도 되기 전에 그 취지가 바뀐 건 아니지 않나. 본질은 그대로인데 몇몇 구단이 제도 폐지를 얘기하는 건 리그를 장기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 자신의 구단 상황만 생각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이기적이다"라고 꼬집었다.KBO는 샐러리캡 시행과 맞물려 고졸 9년, 대졸 8년인 FA 취득 기간을 고졸 8년, 대졸 7년으로 각각 1년씩 단축했다. 선수단의 총연봉을 제한하는 만큼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당근책'이었는데 바뀐 제도로 몇몇 선수들이 이미 혜택을 받았다. 샐러리캡 폐지만 떼어놓고 단순하게 보기 어려운 이유다. 현장에서 벌어질 혼선도 고려해야 한다. "공식적으로 논의된 건 없다"고 밝힌 KBO도 관련 내용을 유심히 체크하고 있다.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9.13 06:01
프로야구

[IS 이슈] 재시행 초읽기 2차 드래프트, "문턱 더 높였다"는 선수협의 냉담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 부활이 결정된 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선 미묘한 입장 차이가 감지된다.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3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를 재시행한다'고 12일 발표했다. 2차 드래프트는 리그 전력 평준화와 소속 팀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1년 첫 시행됐다. 2019년까지 격년제로 5번 열려 이재학(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 김웅빈(SK 와이번스→키움 히어로즈)을 비롯해 135명이 유니폼을 바꿔 입었다. 하지만 특정 구단의 유망주 유출이 가속하는 등 본래의 취지를 잃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 결과 2021년부터 퓨처스(2군) FA(자유계약선수) 제도로 대체됐다.2군 FA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선수협은 꾸준히 2차 드래프트 재시행을 원했다. 2군 선수가 FA 자격을 신청한 뒤 새로운 팀으로 이적한다는 거 자체가 난관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뒤 2군 FA 권리를 행사한 두산 베어스 국해성이 미계약 상태로 떠돌다가 지난 5월에야 가까스로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하기도 했다. 요구대로 2차 드래프트 재시행이 확정됐지만 선수협의 반응은 차가웠다. 선수협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자세하게 내용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언론에서는 보호선수를 40명에서 35명으로 줄인 거에 포커스를 맞추는데 입단 1~2년 차 보호에서 1~3년 차 보호로 바뀌지 않았나. 한해 입단하는 신인을 10명으로 잡아도 보호선수를 5명 줄인 거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번 2차 드래프트 부활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지명 대상이다. 기존 40명까지 작성된 보호선수 명단을 35명으로 줄였다. 표면적으로 선수들의 이적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벽을 낮춘 셈이지만 선수협은 보호 연차 1년 확대로 2차 드래프트 혜택을 받을 선수가 더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선수협 관계자는 "보호선수를 5명 줄인 효과를 보려면 보호 연차를 기존대로 입단 1~2년 차로 제한하는 걸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새롭게 시행되는 2차 드래프트에선 기존과 동일하게 구단별 1~3라운드로 지명권을 행사한다. 하위 3개 팀은 추가 지명권으로 최대 5명까지 영입할 수 있지만 기본이 되는 건 3명이다. 선수협이 주목하는 건 양도금. 이전 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이후 1억원이던 2차 드래프트 양도금이 1라운드 4억원, 2라운드 3억원, 3라운드 2억원으로 각각 1억원씩 올랐다. 4라운드 이하는 1억원. 금액이 인상된 만큼 구단마다 선수 영입에 더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선수협의 예상이다.여기에 한 시즌 1라운드 지명자는 최대 50일(2라운드 30일 이상) 이상 1군에 등록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도 구단들을 주저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KBO는 지명 후 2년 내 기준 미충족 시 두 번째 시즌 종료 후 원소속구단 복귀 또는 원소속구단이 선수 복귀를 원하지 않을 경우 FA로 공시한다는 장치를 마련했다. 선수협은 "현실에 맞지 않는 내용"이라면서 "이적을 원활하게 하려면 문턱을 낮춰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문턱을 더 높인 거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이사회(사장단 모임)를 통과한 안건인 만큼 12일 발표안대로 2차 드래프트가 시행될 전망이다. KBO 관계자도 "확정 사안이어서 발표를 한 거"라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7.13 14:13
메이저리그

[송재우의 포커스 MLB] WBC 참사, 현실적으로 접근하자

6년 만에 돌아온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기대 이하 성적 탓에 야구팬들이 느끼는 실망이 매우 크다. 최근 10년 동안 열린 국제대회 중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을 제외하면 2013년·2017년 WBC 1라운드 탈락, 2021년 도쿄 올림픽 노메달 등 부진한 성적표가 반복되고 있다.이번 WBC에선 한국이나 네덜란드를 비롯해 국제대회 강호로 군림했던 팀들의 쇠퇴와 이탈리아나 호주처럼 변방으로 치부됐던 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강철 감독이 이끈 야구대표팀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경기 내용 자체가 좋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다시 야구 강국으로 복귀가 가능할까.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게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국제대회 성적이 부진하면 선수 몸값의 거품론, 정신 자세, 감독의 전략, 선수 선발 등이 가장 먼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비난만 한다고 해서 거듭된 성적 부진이 사라지지 않을 거다. 어차피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인프라 차이는 오래전부터 존재했고 갑자기 바꿀 수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차근차근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손댈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부분부터 빠르게 조치를 하면 어떨까. 올 시즌부터 KBO리그에는 샐러리캡이 적용된다. 2025년까지 KBO리그 각 구단은 연봉 총액 114억2638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만약 연봉 총액을 초과하게 되면 제재금 및 지명권 하락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연봉이 자존심의 척도인 프로 선수들에겐 그리 달가운 제도가 아닐 거다. KBO는 샐러리캡을 도입하면서 전력 상향 평준화와 지속적인 발전을 언급했다. 필자는 샐러리캡이 전력 평준화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상향 평준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차라리 부자 구단과 그렇지 못한 구단의 '돈 싸움' 격차를 줄이겠다는 게 정답에 가깝지 않을까. 사실 샐러리캡으로 인해 선수들의 연봉 빈부 격차가 자칫 커질 수 있다. 구단에서 판단하는 특급 FA 선수를 잡기 위해 돈을 몰아주면 샐러리캡을 넘어서지 않기 위해 어중간한 선수들이 연봉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선수가 샐러리캡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거다.이 부분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생각해보자.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겠지만, 프로야구 선수들의 최대 관심사는 흔히 말하는 자유계약선수(FA) 대박일 거다. 힘들게 프로야구 구단에 지명돼 1군에서 충분히 기량을 발휘, 연봉 대박을 꿈꾸는 건 당연하다. 이 부분을 뭐라고 하긴 힘들다. 모든 직업인은 자신이 흘린 땀과 노력의 충분한 보상을 원하고 또 그것을 위해 스스로에 동기를 부여한다. 그러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어떤 동기부여가 필요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과거 태극마크를 단다는 명예심과 애국심에만 호소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 아닐까 반문하게 된다. 현재 KBO리그에선 국제대회 경중에 따라 1군 보상일수가 주어진다. 1군 등록일수가 부족한 시즌이 있다면 국제대회에서 획득한 보상일수를 더해 향후 FA 자격을 행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다면 이 보상일수를 상향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된다. 물론 구단은 달가워하지 않을 거다. 많은 팬도 이미 높은 연봉에 대한 반감이 강해 이런 혜택을 반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대회의 거듭된 실패는 KBO리그 흥행에 악영향을 미칠 거고 '우물 안의 개구리'라는 팬들의 조롱에서도 벗어나기 어려워질 거다. 약간의 현실적인 혜택 확대로 선수들의 동기부여에 힘을 실어주는 게 어떠냐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봤다.메이저리그 해설위원정리=배중현 기자 2023.03.14 06:18
프로야구

[레인보우 리포트]'46%→16%'...대졸 선수 외면 받는 신인 드래프트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인 지명 회의(신인 드래프트)는 한국인이 KBO리그 선수로 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이다. 고교 및 대학 졸업자들은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 지명 자격을 갖춘다. 각 구단은 고심 끝에 최적의 선수를 지명한다. 과거 KBO를 주름잡았던 스타 선수 대부분은 대학교를 마치고 입단한 이들이었다. 최근 KBO 40주년을 기념하여 선정된 레전드 톱4 선수 중 이승엽을 제외한 선동열, 최동원, 이종범은 대학을 졸업한 선수였다. 2022년 1월 일간스포츠가 선정한 프로야구 40주년 기념 포지션별 올스타 선수 총 15명 중 10명도 대학을 졸업했다. 남은 5명 중 1명도 대학 중퇴자였다. 최근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대졸 선수가 희귀하다. 2012년만 해도 지명된 선수 94명 중 43명이 대학을 마친 후 입단했다. 이후 10년간 대졸자의 비율은 점점 감소해 작년에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지명자 110명 중 18명만이 대학을 마쳤다(2년제 포함). 10년 사이 드래프트에서 대졸자의 비율은 46%에서 16%로 30%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러다 보니 최근 프로야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 각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각 팀에서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 선수 대부분도 대학을 거치지 않았다. 한순간에 팀의 주축이 대졸 선수에서 고졸로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 문제가 가장 크다. 모든 운동선수에게 나이는 가치를 결정하는 중대한 변수이다. 대학 졸업 후 입단한 선수는 고졸 선수보다 최대 4년 늦게 프로야구 활동을 시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프로야구는 해를 거듭할수록 수준이 높아졌다. 더 이상 신인 선수가 입단 직후 뛰어난 활약을 거두기 어려워졌다. 각 구단이 자체적인 육성 시스템을 갖추고 2군 선수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때 상대적으로 부실한 육성환경에서 4년을 더 보내는 대졸 선수들은 더욱 외면받는다. 나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군 문제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한 병역 혜택의 기회가 존재했다. 지금은 아시아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병역을 해결할 수 없다. 올림픽에선 개최지에 따라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지 않는다. WBC는 2008년 병역 혜택 요건에서 제외되었고, 아시안게임조차 여러 논란 속에서 저년차의 선수들에게만 승선의 기회가 주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병역을 이행하면서 야구공을 계속 잡을 수 있었던 경찰야구단 또한 2019년을 끝으로 폐지됐다. 지금은 상무 야구단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다. 과거에는 대졸자라도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면 다양한 병역 혜택의 기회를 누렸으나, 그 길조차 대부분 사라졌다. 군 문제 앞에서 대졸 선수의 입지는 더욱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등록 일수 문제도 있다. 2009년 11월 KBO는 대졸자의 등록 일수 기준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 기한을 8시즌으로 설정하면서 9시즌인 고졸 선수와 차등을 두었다. 이는 대졸자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면 구단의 대졸자 기피 현상을 가속했다. 신인 지명을 통해 구단은 선수에 대해 특정 기간 독점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대졸 선수의 FA 자격 취득 기한이 축소되면서 구단이 우수한 대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는 기한이 9시즌에서 8시즌으로 줄었다. 2022시즌 이후 FA 자격 취득 기한이 또다시 한 시즌 단축되면서, 이제 대졸자 선수의 FA 자격 취득 기한은 7시즌에 불과하다. 여러 이유가 겹치며 대졸 선수와 고졸 선수의 기량 차이는 이미 확연하게 벌어졌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2001~2012 신인 드래프트 당시 지명된 선수들의 최종 학력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평균은 고졸 선수가 3.67로 나타났지만 대졸 선수는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1.51(FA 이후의 성적 제외)로 나타났다. 대졸 선수의 성적 기댓값이 고졸 선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명확해지며 신인 드래프트의 대졸 선수 비율은 매년 꾸준히 감소했다. KBO도 이를 좌시하지 않았다. 우선 2019 신인 드래프트부터 각 구단은 대졸 선수를 최소 1명 이상 지명해야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하고 이듬해 1차 지명권을 박탈한다. 그런데도 2021년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대졸 선수 비율은 역대 최저치였다.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KBO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대졸 선수를 배려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한다. 국내 다른 프로 스포츠가 운영하는 '얼리 드래프트'를 도입한 것이다. 오는 9월 15일 개최되는 2023 KBO 신인 드래프트부터 대학교 2학년 선수들도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 신인 드래프트의 지명 자격을 갖출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학 2학년 선수가 지명받기 위해서는 2년제 대학의 야구부 소속이 유일한 답이었다. 이제는 4년제 대학 소속도 2년 차부터 지명 자격을 갖추고 더 젊은 나이에 프로 무대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KBO의 대책은 드래프트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민경훈 '야구공작소' 칼럼니스트(고려대학교 통계학과) 2022.08.25 14:29
야구

은퇴한 이대은을 향한 싸늘한 시선

은퇴를 선언한 전 KT 위즈 투수 이대은(33)이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야구팬 반응은 싸늘하다. 이대은은 지난 13일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부상으로 팬과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KT팬의 당혹감과 궁금증이 커지자, 사흘 후 개인 SNS에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이러한 선택을 했다. 우승이라는 추억을 만들어준 KT 위즈 식구들과 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이대은은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적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야구 선수로 걷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대은은 KBO리그에서 뛴 3년(2019~2021) 내내 부상에 시달렸다. 투수진 내 입지도 좁아졌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새 출발이 필요하다고 본 것. 더 나은 삶을 위한 개인의 선택을 비난할 순 없다. 하지만 이대은을 향한 야구팬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가 SNS에 남긴 "야구에 미련이 없다"는 속내를 두고도 설왕설래다. 이러한 여론은 이대은이 그동안 보여준 행보에 기인한다. 이대은은 고교(신일고) 3학년이었던 2007년 메이저리그(MLB) 구단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고교 유망주의 해외 리그 유출을 막기 위해 제정된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KBO 규약 제 107조)에 따라, 외국 프로구단과의 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었다. 이대은은 2016년 일본 리그 지바 롯데에서 뛰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며 국내 무대 복귀를 타진했다. 하지만 2년을 기다려야 했다. 병역 의무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현역 입대가 불가피했다. 이런 상황에서 KBO는 2016년 이사회를 통해 국제대회에 참가해 활동한 선수가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해 KBO리그 퓨처스리그에 출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대은은 2015년 11월 프리미어12 대회 대표팀에 선발, 한국의 우승에 기여했다. 마침 신설된 규정에 딱 해당하는 선수가 이대은이었다. 그래서 '이대은 특별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대은은 경찰야구단(현재 해체)에서 2년 동안 병역 의무를 소화하며 경력 단절을 피할 수 있었고, 공백기 없이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이대은의 리그 입성을 위해 운영 기구와 10구단이 혜택을 줬다는 시선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전역을 앞둔 이대은이 미국 무대에 재도전하길 바란다는 소문이 나온 것. 이대은은 비난을 의식한 듯 "나는 묵묵히 야구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비쳤다"라며 KBO리그 드래프트 참가 의사를 전했다. 그리고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에 지명됐다. KT 구단은 1라운드 지명권을 유망주가 아닌 즉시 전력에 썼다. 하지만 이대은은 3년 후 은퇴를 선언했다. 재기하지 못할 만큼 큰 부상을 당한 것도 아니다. 그동안 받은 혜택과 기회에 비해 책임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2022.01.17 12:21
스포츠일반

페퍼저축은행 '1호 선수' 바르가 "새로운 도전, 설렌다"

여자 배구 '7구단'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첫 시즌 성패를 좌우할 선수가 당도했다. 외국인 선수 알리자벳 이네 바르가(22) 얘기다. 페퍼저축은행은 8일 오후 "2021~22시즌 외국인 선수로 선발한 바르가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라고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4월 28일, 여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및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혜택으로 부여 받은 1순위 지명권을 통해 바르가를 영입했다. 창단 1호 선수였다. 바르가는 지난 시즌 헝가리 리그 1위 팀에서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바르가는 드래프트 이후부터 국내 입국 전까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트레이닝 코치와 함께 시즌 준비와 부상 예방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또 페퍼저축은행 배구단의 수장인 김형실 감독과 현재까지 선발된 선수단에 대해서도 기사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며 새로운 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바르가는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 설렌다. 신생팀에서 올림픽 4강 성과를 이룬 감독님 및 경험 많은 코치진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라며 "V리그를 경험하며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며, 강력한 동기부여로 팀과 함께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입국 소감을 밝혔다. 김형실 감독은 "창단팀 신임 감독으로 취임하자마자 선수 수급을 위해 용병부터 점검했다. 다양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바르가는 타점이 높은 라이트 공격수인 동시에 블로킹에도 탁월한,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기량을 갖춘 선수이기에 바로 선택할 수 있었다"라로 전했다. 이어 "팀의 젊은 유망주들과 잘 융합해 젊은 패기의 팀 컬러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바르가는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구단에서 마련한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사택에서 2주 동안 자가격리에 들어간다. 이 기간에는 따로 준비한 개인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한국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할 계획이다. 바르가는 자가격리가 종료되는 23일 페퍼저축은행의 훈련캠프인 드림파크로 합류해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7.08 13:35
스포츠일반

신생팀 페퍼저축은행, 외국인 1순위로 바르가 지명…재계약은 켈시가 유일

V리그 여자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창단 첫 외국인 선수로 헝가리 출신의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22)를 선택했다. 창단 혜택으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28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 호텔에서 비대면으로 열린 2021 한국배구연맹(KOVO)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받아 바르가를 지명했다. 헝가라 출신의 192㎝ 장신 라이트 공격수 바르가는 일찌감치 1순위 지명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루마니아 CSU 메디시나 트르구무레슈, 헝가리 파툼 니레지하저에서 활약했다. 2순위 지명권을 얻은 현대건설은 라이트 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25·미국)를 뽑았다. 3순위 KGC인삼공사는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4·보스티나), 4순위 지명권의 행운을 얻은 흥국생명은 캐서린 벨(28·미국)을 선택했다. 벨은 '캣벨'이라는 등록명으로 2015-2016시즌 GS칼텍스에서 뛴 적이 있다. 5순위 한국도로공사는 기존 외국인 선수인 켈시 페인과 재계약했고, 6순위 IBK기업은행은 레베카 라셈(24·미국)을 선택했다. 마지막 2020~21 통합 우승을 차지한 7순위 GS칼텍스는 카메룬 출신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28)을 선택했다. 이로써 지난 시즌 V리그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6명 중 1명만 재계약에 성공했다. 도로공사와 재계약한 켈시는 21만 달러를 받게 됐고, 나머지 선수들은 연봉으로 16만 달러(이상 세금 별도)를 수령한다. 이형석 기자 2021.04.28 15:19
야구

[IS 포커스] 버린줄 알았던 14년 전 '씨앗'…신세계 이마트 앞길 열었다

SK가 14년 전 뿌린 씨앗이 결실을 보았다. SK는 2007년 4월 2일 열린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추신수(당시 클리블랜드)를 찍었다. 당시 지명권 순번은 '뽑기'로 결정됐는데 SK는 진상봉 스카우트(현 SK 국제스카우트 팀장)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잡아 추신수를 호명했다. 투수 보강이 필요해 "송승준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지만, 송승준은 우선 지명으로 롯데행이 확정된 상태였다. 당시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롯데와 KIA는 복수의 연고 지명 선수가 대상자로 풀려 우선 지명권 혜택을 받았고 공식 행사가 열리기 며칠 전 각각 송승준과 최희섭에게 권리를 행사했다. 추신수 지명은 다소 무모한 선택이었다. 2005년 시애틀에서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한 추신수는 2006년 7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이적 후 출전한 MLB 45경기에서 타율 0.295(146타수 43안타)를 기록해 입지를 넓혔다. 마이너리그에서 경력이 단절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면 처한 상황이 달랐다.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선수를 뽑아도 해당 선수의 국내 복귀 의사가 없으면 자칫 지명권만 날아갈 수 있었다. 추신수가 미국에 남는다는 건 SK로선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SK는 영입에 공을 들였다, 지명 이후 당시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단장이 미국으로 건너가 추신수를 만났다. 물밑에서 영입 작전을 펼쳤지만, 최종적으로 불발에 그쳤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겠다는 선수의 잔류 의지가 컸다. 그러는 사이 '해외파 특별 지명'에서 호명된 선수들이 하나둘 KBO리그에 입성했다. 2012년 6월 류제국(LG)을 끝으로 추신수를 제외한 김병현(넥센), 최희섭(KIA), 송승준(롯데), 이승학(두산)이 모두 KBO리그 구단과 계약해 뛰었다. 지명권을 가장 빠르게 행사한 SK는 얻은 게 없었다. 헛심만 뺀 꼴이었다. 추신수는 '아메리칸 드림'에 성공했다. 2013년 12월 텍사스와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1444억원)짜리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잭폿을 터트렸다. 추신수의 SK행은 더 불가능한 일로 치부됐다. 더욱이 추신수가 몇몇 인터뷰에서 고향팀 롯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인천이 연고지인 SK 유니폼을 입히는 게 어려워졌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텍사스와의 7년 계약이 종료됐다. 새 소속팀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됐는데 SK는 틈을 파고 들었다. 추신수의 국내 에이전트인 송재우 위원은 "MLB 8개 팀으로부터 계약 조건을 제시받았지만 선수가 KBO리그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늘 마음속에 KBO리그에 대한 그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며 "한국행이 야구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되는 결정이기에 많은 고민을 했고, 이 와중에 신세계 그룹의 방향성과 정성이 결정에 큰 힘이 됐다. 가게 된다면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K 그룹은 지난달 26일 신세계 이마트에 SK 야구단을 매각했다. 추신수 계약(본지 단독 보도)이 발표된 23일 오후 야구단 지분 100%를 보유한 SK텔레콤과 신세계 이마트가 지분 양도·양수 계약을 마무리해 주인이 바뀌었다. 14년 전 허무하게 날렸다고 판단됐던 '지명권'이 신세계 이마트의 새 출발을 함께 했다. 추신수 영입에 남다른 소회를 느낀 SK 직원이 있다. 바로 진상봉 팀장이다. 14년 전 1순위 지명권으로 추신수를 찍었던 진 팀장은 일간스포츠와의 통화에서 "그날 운이 좋아서 첫 번째 순번을 뽑았다. 지명 후 데려오려고 노력을 참 많이 했었다. 너무 잘해서 반 포기했던 상태였는데 이렇게 오게 됐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02.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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